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지 않는 대신 일정액의 사납금을 뺀 운행수입을 갖는 '도급제'형식의 택시운전기사도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11부(재판장 김이수 부장판사)는 15일 서모(50)씨가 "도급제 근로형식이지만 여전히 근로자에 해당된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회사에 사납금 상당의 근무를 제공하는 것이 강제되어 있었고 정해진 출근일은 없었지만 매일 오전 8~9시께 출근해 고정적으로 일한 점, 월급제로 일할 당시와 도급제로 일할때의 근무형태가 실질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고 제3자에 의해 업무가 대체되는 것도 아니어서 서씨는 여전히 회사에 대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서씨가 회사를 퇴직한 후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받지 않는 도급제 근무방식으로 일을 했지만 이는 회사가 경영사정 악화를 막기 위해 급여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므로 이같은 사정만으로 서씨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서씨는 2004년6월 S운수의 택시운전기사로 일하던중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다 쓰러진 후 '좌측 내경동맥 경색증'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냈으나 불승인 처분을 받자 소송을 내 1심에서는 패소했었다.  
김백기 기자 bkk@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