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상사의 질책을 받자 '그만 두겠다'고 말한 직원을 실제 해고 처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기도 모 국가 산업단지협동조합에 근무하던 신모씨는 2002년 11월 회사 정례회의에서 이사장에게 업무와 관련해 심한 질책을 받았다.

공사 진척 상황이 지연된 책임을 물은 이사장과 언성을 높이다 신씨는 "이런 상태에서 같이 일할 수 없다"고 했고 이사장은 "싫으면 그만두라"고 말했다.

회의 자리를 박차고 나온 신씨는 이사장의 발언을 해고 통보로 받아들여 관할 노동사무소에서 상담을 했고 며칠 뒤 다시 출근, 다른 직원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그러나 '제3자가 개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신씨는 이사장에게 자신의 발언 취지와 해고 사유를 묻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에 이사장은 '업무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해고할 뜻이 없었다고 회신했다.

신씨 역시 이사장에게 '사직할 의사가 없고 예상치 못한 질책을 받아 항변권 차원에서 나온 행동이었다"는 서신을 보냈다.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였지만 조합측이 신씨에 대해 해고 결정을 내렸다.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사장에 대한 신씨의 태도는 조합의 규율을 문란하게 한 것'이라며 신씨를 사직 처리한 것.

신씨는 이에 반발해 조합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를 인정, 복직 결정과 함께 해고기간 중 임금을 지급하라는 구제명령을 내렸다.

조합은 노동위원회의 명령에 불복, 재심판정을 냈고 1심 법원인 서울 행정법원과 항소심인 서울고법은 조합의 청구를 기각, 신씨의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16일 "신씨에 대한 해고 처분은 조합의 일방적인 의사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원심의 판단은 법리 오해나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